밤의 신기루

우리가 성적性的이 될 때, 나는 구름을 본다. 삶은 몽실몽실하여서 가볍다고 여길 수 있으나 찰나 절정이라면 그건 있으나 마나지. 포근함은 무위無爲인데, 알고보면 그러하게도 없던 것과 다름 아니니. 구름이 흐트러지는 것을 때때로 느낀다. 마음이 아니라 아랫도리의 지진이란 흔하디흔한 신기루. 물가를 헤엄치는 꿈을 꿨다. 능구렁이 같은 나무가 흐느꼈고, 수상水上에 뜬 상태에서 가끔 신기루 따위를 봤다. 그러게, 사랑하지 그랬니.

참외를 깎아 줄게요.

시간이 쉽게 쌓여요. 여름이 온다는데, 스산함은 무어죠. 먼 데서 바람이 불었어요. 나뭇잎은 춤추고 나는 펄럭거려요. 삶이 덜 쌓여서 시대는 되지 못했고, 이쯤 살았으면 된 것일까요. 여전히 살아 남은 것은 무슨 연유로, 아직은 그만큼 어두워지지 않은 데 이유 같은 게 있는가.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어서, 글씨로 밥을 짓거나 관심으로 싹을 틔우는 것은 나 아니래도 할 사람 많아서 어둑한 방에서 분재에 물을 부어요.

참외를 깎아 줄게요. 칼질은 서툴러, 손가락을 베었죠. 아픈 것은 이쪽 편의 것. 하얗게 깨끗한 것만 줄게요. 날 것이나 다듬어진 삶을 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