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들리는 네 소리

바람을 만지니 꿈의 소리가 들린다. 어제 넘은 언덕에는 전에 만났던 네가 서 있었다. 주겠다 약속했던 편지는 아직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인데 네 표정을 보니 벌써 내 체온을 꿰뚫은 것 같아 서글픈 노래가 들리는 듯 해 되려 내가 울컥, 그리고 약해진 마음을 들키기 싫어 와락 안아버렸다. 너를 안고 잠시 서있어, 여기는 다른 세상, 뚫린 마음을 메워주는 네 품 그렇지만 언젠가는 떠나리라는 것, 우리는 오래된 화석처럼 아니면 너만 온전히 비워낸 듯 있을 수 없으리란 명제, 그게 참인지 거짓인지 혹은 회귀할 수 있는 교차의 길인지 모르면서 여전히 꼭 너를 안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 마치 멈춘듯 하지만 그건 나의 것. 우리의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을 테니까.

어제 끊은 열차표로는 내일 네게 갈 수 없겠지. 내가 가진 오래된 생각을 네게 억지로 심을 수 없을 것 같아. 오래 전부터 원하던 것은 너와 함께 들판에 서서 그를 맞서며 뛰어가는 것. 그러다 힘이 빠져 진흙탕을 뒹굴어도 좋으련만. 이제는 아둔패기 약체弱體만 남아 흐릿한 한계만 보내.

멀리서 들리는 네 소리, 이기적인 새끼.

One Comment

  1. “오래 전부터 원하던 것은 너와 함께 들판에 서서 그를 맞서며 뛰어가는 것. 그러다 힘이 빠져 진흙탕을 뒹굴어도 좋으련만.”

    이 부분을 읽으니, 제가 가졌던 사랑에 관한 가치관이 하나 떠올랐어요. 그래서 반갑더라고요. 정말 그 의미인지, 다른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이라면 각자의 못난 부분도 드러내고, 힘들어도 진흙탕을 함께 뒹굴었으면 좋겠다…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했어요. 엄청 친한 동성 간에도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한데, 애인 간에는 도저히 힘든 걸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내가 나의 못난 부분을 직면하기도 쉽지 않은데,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그런 부분을 드러내고 또 받아들이기가 쉽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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