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에 대하여, 이를테면 우르오스

나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물건과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천일야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거다. 새로운 물건, 사건,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 비해 실행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게을러서도, 조심 때문에 만도 아니다. 그저 오래토록 신뢰할 수 있는 물건을 처음부터 고르려 노력하기 때문인데 이를테면 운동화, 겨울에 입는 패딩 점퍼, 식당 같은 것이다.

이를테면 내 토요일을 소개해보자. 평소 일어나는 것보다 두어 시간 늦게 일어나 늦은 아침의 달리기를 한다, 보통 3km에서 5km. 짧은 달리기를 느긋하게 하고 얼른 짧은 샤워를 한다. 빨래를 돌린다. 1시간 55분, 세탁기에서 가장 짧은 모드를 선택한 뒤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분리한다. 뻣뻣하게 마른 빨래를 개고 냉장고 정리를 할 때쯤 빨래가 다되면 얼른 널고 모 참치 가게를 간다. 토요일 3시까지만 하는 회덮밥 점심 메뉴를 먹으러. 수면바지나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홍대 앞 한가운데를 거닐어 밥집에 도착하면 묻지도 않고 메뉴가 나온다. 그걸 먹고선 건너편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사 들고 집에 와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대학원이나 R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다 무한도전을 본다. 그렇게 하루가 가는 일주일의 여섯째 날. 52개의 토요일 중 40번 이상이 이랬다. 불편하지도 아쉽지도 않은 그런 주말. 반복은 오히려 선택을 줄여주는 필요충분에 속하게 됐다.

물론 뒤에 소개할 스킨로션도 그 중 하나다. 모 케이블 방송에 다니며 알게 된 우르오스는 처음 사은품으로 내게 왔다. 무척 작은 병에 든 스킨같은 제형은 사실 단순 스킨만은 아닌 ‘스킨로션’이라는 물건이었다. 기름기가 많아 점심 방송 녹화 전 세수를 다시 할 만큼 유분이 싫어하는 내게 좋은 대용이 된 그것은 그 회사를 퇴사할 때 (로드샵 할인이 가능한 범위 안에 들었기 때문에) 가장 많이 사서 쟁여놓은 물건이 됐다. 아직도 갸스비 왁스와 함께 서랍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부피가 부담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는가 하면, 사용에 대한 내 애정과는 다르게 쉽게 단종돼 버리는 물건도 여럿 있다. 로드샵에서 팔던 남성형 비비크림은 다른 라인업으로 대체되기도 하고, 다국적 회사의 스포츠 선크림 또한 1년 사이에 전혀 다른 제형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오래 되고자 하면 오히려 사용자가 더 노력해야 하는 것도 분명 존재하는 듯한 거다.

오래될 것들을 오래 전부터 알 수 없다. 그러나 오래될 것을 알아보는 눈은 언젠가 기를 수 있다 생각한다. 친구나 지인, 삶에 대한 목표나 습관 따위도 그럴 것이니까. 물건을 통해서, 삶을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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