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鐘이 달렸다.

심경深更이 중천을 넘을 때 겨우 달이 구름에서 나왔다. 바람부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구름을 민거다. 구름은 물에서 왔다. 두근두근 또 보글보글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그가 겨우 하늘에 뜬거다. 마음대로 되는 일 하나 없었다. 오래 등을 댈 데도 없었다. 정처없다가 외롭다가 그럴 바에 모두 잊고 자유로이 노닐겠다 마음 먹었는데 그는 다시 바람에 휘청인거다. 그렇게 물의 후신은 바람과 팔짱끼고 옆동네로 이주 당했다.

그러는 동안 겨우 입을, 아니 면面을 뗀 이가 달이다. 달은 바람이나 물, 안개나 구름보다는 주체성이 낫대도 그 역시 중력에 의한다. 오히려 달의 소원은 완벽한 종속에 기울거나 불완전할지라도 스스로 날아가고 싶었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말이다.

여럿이 고민만 기울이고 또 가끔 심장을 조이는 동안 달에 구름에, 비와 안개에 조용하던 종이 그제서야 떨린다. 종은 본래 유한히 맞으며 사는 녀석일텐데 도무지 이 종鐘은 다른 종種인지 그저 스산한 소리만 가끔 내고 있다. 묵직한 것도, 당목撞木이 낡거나 없어진 것도 아니다. 아, 그래 치는 이가 없구나. 손때가 잔뜩 있어야 할 나무의 이음과 걸개와 맞닿는 부분도 유려하기만 한, 사실 관상용 아닌가 싶을 정도의 그.

종이 달렸다. 어둠 속에서 간간히 보이고 대낮엔 볼 필요 없어 묵혀만 두고 있는 종이, 그 마음의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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