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된 사랑

비가 이따금 왔다 불현듯 그쳤다 우리 비를 맞았다 우산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을 머리로 귀로 광대로 턱으로 맞았다 하늘을 보고 땅을 보면 비가 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우리는 보기보다 비를 맞았다 눈을 감아도 느낄 수 있을 테지 우리는 소리가 아닌 시선이 아닌 있는 자체로 비를 알았다 비가 시간이었고 비가 장소였다 너는 비가 아니고 나도 아니니 우리는 무엇인지 한참이나 고민하며 같은 길을 걸었다 웅덩이에 얼굴 비치지 아니했고 서로 모습 평하지 아니하며 시간과 자리의 숲을 헤맸다 어둠을 만졌고 밝은 빛을 누비었다 눈을 뜨면 다시 네가 있고 다시 눈을 뜨면 네가 있고 다시 눈을 뜨면 네가 있던 시간이 쌓이고 비가 물이 아닌 것이 되는 시간이 쌓여 우리는 강으로 바다로 고향으로 또 오래된 고장으로, 그리하여 사랑은 이따금 왔다 불현듯 갔다 어느 먼 나라의 나무에서 꽃이 다시 필 것이다 그 꽃은 시간과 공간을 툭툭 털어내고 꽃잎을 내밀 거다 공기와 시간을 세게 밀고 세계로 나설 거다 다시 용기를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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