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반이 얕은 언덕처럼 섰다
오래 전부터 생각했어, 저 시계에 대해
벽에 붙어 지구의 중력과 상상력 사이를
끈질기게 넘어가고 끈덕지게 붙어있는
분초를 쪼개 흐름 속에 기억을 넣는
신神의 달력에
오래되지 않은 시간을 넣는 아픈 바늘
숫자 육六은 기점이 돼
빨려 내려갔다가 운명같은 것을 길어올리는
시간마다 절반씩, 그러니까 반에서 정각까지
혹시 그런저런 허물에 매달리는 건 아닌지
그런 고민을 했다, 시간을 써서
손목에 시계를 묶고
반대편이 보이지 않는 공원에서
팔을 반대로 휘저었다, 휘휘 훅훅
수數와 사량思量으로 분간할 수 없는 것
여전히 아픔이 생生을 돌고
우리 피도 여전히 느리게 속고
멎지 않고, 삶은 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