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점의 오점汚點

아빠는 시를 썼다. 쌀을 못 벌었다. 그는 고구마를 심었다. 고구마 씨앗을 본 적 없으나 고구마를 반으로 잘라 땅에 묻고 두둑하게 거름을 덮으니 줄기가 솟았다. 꽃이 피었다. 고구마는 열리지 않았다. 줄기를 잡고 세게 휘두르니 땅에서 우두둑 폭죽 소리가 났다. 아빠는 다시 흙을 팠다. 거기에 고구마가 있었다.

아빠는 고구마는 시라고 했다. 쉽게 묻고 빨리 거두는 게 아니라 했다. 시간을 덮고 고민을 뿌린다 했다. 어쩌다 생각 하나가 나면, 그제야 단어들이 떠다니는 바다에 담갔다가 마음 힘줄 끊어질 듯 고통스레 건진다 했다. 아빠는 시를 썼다. 아니, 시를 심었다.

엄마는 그래도 아빠가 자랑스럽다 했다. 엄마는 가게를 했고, 엄마는 돈을 벌었다. 친구들은 내게너네 아빠 뭐해?”라고 묻지너네 엄마 뭐해?”라고 묻지 않았다. 나는 친구들이 그리 물을 때면우리 아빠는 농사를 짓고, 우리 엄마는 아빠를 지어라고 말했다.

아빠 글은 이따금 교과서에 나왔다. 또 참고서에도 나왔다. 아니, 사실 이건 어디에나 있는 단어, 글자 또 말이었지만 아빠가 묶은 단어와 문장과 단락은 선생님들의 칭찬을 들었다. 아빠를 그렇게도 사랑하는 엄마도 때로는 아빠를 타박하는데, 선생님들은 타박하는 법이 없었다. 나는 내 앞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반에 가서도 그랬다고 한다. 난 잠깐 으쓱하다가 부끄러웠다. 아빠는 사실 대부분 농사를 짓다 헐레벌떡 달려와 단어를 적어두고 나가고 그랬는데. 선생님들은 다 대학도 다녀오고 공부도 많이 했는데.

시험 문제에 아빠 글이 나왔다. 마지막 문제였다. 중간에 나왔으면 다 못풀었을 거다. 아빠가 집에서 나지막이 읽어준 글이었기 때문인데, 아빠는 그 시를 한 서른 번은 읽었다.

명랑하게 건진 단어를 곱게 싸 처음 당신께~’로 시작하는 다섯줄 짜리 시는 아빠가 한번씩 엄마에게 용돈을 받을 때 읊는 시였다. 엄마는 아빠가 그 글 읊는 소리에 맞춰 오천 원짜리 한 장, 만 원짜리 한 장, 다시 만 원짜리 한 장을 아빠에게 줬다. 나는 그 곁에서 함께 춤을 추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보기에는 어디에도 엄마랑 아빠의 사랑이나 용돈, 나의 춤이나 우리집의 행복같은 말은 없었다. 남은 건 민주화 운동이나 자유, 투쟁같은 어려운 단어 뿐이었고, 나는 사실 손을 들 용기가 없었다.

눈물이 뚝뚝뚝 떨어지고, 어쩔 줄 몰라서 선생님을 따라 복도에 나간 나는 그 시간이 끝날 때까지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시험이 마치자마자 집에 달려와 아빠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아빠는 내 시험지를 보더니, 가만히 나를 안고아빠가 미안하다며 낮은 낮은 목소리로 내게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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