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백엽상만 쳐다보면서

서울엔 구름이 그대로야. 제주에는 파도가 해안을 덮고, 부산에는 비가 몹시 세. 넌 안녕할까. 아니 충분히 안녕하게 잘 지내고 있을까. 지금은 낮 그런데 여전히 새벽은 오질 않네.

생각이 고되면, 생각이 차 퍼지듯 주저앉아 버리면 난 어떻게 될까 고민한 적 있다? 어제 그랬어. 눈물도 나지 않고, 괜한 감상은 비 때문이라 미뤄버리고 기르는 대나무 화분 바닥에 물이 흥건해 뿌리가 썩겠다 싶을 때까지 넋 놓다가 조금씩 비워냈어, 물도 함께. 우리는 전자기계가 아니니까, 전산 장치 몇 개 더한다고 마음이, 생각이 세지고 단단해지지 않잖니. 물론 그렇다면 더 시시하겠지.

어제 중요한 선택을 했다. 그것이 기회일지 족쇄일지 아니면 그냥 왔다 가는 단어의 환승역인지, 우리는 놓칠 것을 놓쳤다가 붙잡을 것을 붙들어야 할 텐데 그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내 낱말은 누군가의 땔감이 되고 다른 이의 벼루가 되고, 또 굴뚝이 될 텐데 난 그걸 잘 바루고 있는지 아니면 버리고 있는지. 멀리서, 해안 너머로 고동 소리만 잘게 들릴 그런 시간이 가면 그때 누구라도 말을 해줄까?

모든 것을 믿되 모든 것을 의심하는 삶에서, 네 고백을 무르지 말 것을 그랬어. 그래. 사실 그게 지금 나의 가장 큰 후회야. 가뜩하지 않게 하늘만 바람만, 아니면 당신의 백엽상만 쳐다보면서.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