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아침, 피로

아침이면 파리의 심정을 알 수 있다. 힘들게 눈을 뜬다. 여러 상像이 보인다. 곧바로 컴퓨터를 봐야 한다. 아직 어떠한 알람도 오지 않았고, 그 알람을 만드는 일을 나는 하고 있다. 두개의 눈으로, 다섯개 정도 되는 상을 본다. 곧이어 상이 하나로 합쳐진다. 잠이 깨기 시작한 것이다.

단상에 대해 묻는 사람들은, 내가 어떤 그러한 처절한 사랑을 했냐고 묻곤 했다. 그건 사실 사랑이 아니라 고난이었고, 답답함이었으며 또 일기였다. 행간에는 아주 넓은 공간이 있다. 바다가 있다. 거기에는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나 업무상 비밀, 또 필요없는 잡념들이 있다. 내 소담은 거기에 퇴적돼 있다. 쌓이고 덮히다 보면 언젠가 섬이 돼 쫑긋 서겠지. 그때까지는, 일단 심해에 담아두는 것이다. 나는 그 바다에 단상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모든 언론의 합집합이 내가 될 수 없으나 때로 그게 나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이과지만 과학을 잘 알지 못했고 사회학을 부전공했지만 사회운동사나 진보정치를 관통하지 못했다. 언론으로 다시 학교에 왔지만 언론사言論史는 물론 론論이 무엇인지 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나는 매일밤 쓰러졌고, 다시 뜨거운 공기에 일어났으나 때로 파리로 변했다. 몸은 지렁이나 뱀처럼 사지가 답답해지거나 잘리는 상태로 그냥 있었다.

피로는 쌓이고 고단은 누르고 전화기는 연이어 울린다. 나는 어떤 환청을 듣다가 잠시 눈을 감았다, 빛을 다시 볼 때 내 눈이 파리눈이 되지 않길 바라며. 파리처럼 계속 빌지 않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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