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빛에 우리가 번지는 시간

도로가 도도하다. 물빛이 번지면서 너의 상이 흐려진다. 곧이어 쉽게도 물이 마르고, 사라진 너를 굳이 찾지 않는다. 오랜 시간 이것이 내 몫이었다.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것은 한 번이면 충분했고, 평생을 이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2년쯤 전이었던가. 엄마는 지나가는 말로 “나중에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엄마의 자유라서,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고 멀리서 파도치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을 내어줄 때는 마음과 용기가 있으면 되지만, 몸을 내어줄 때는 오랜 시간 준비가 필요하다. 어쩌면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온전한 일생이라 할 테지. 겨우 하나의 삶, 겨우 하나의 마음, 겨우 하나의 바디Body일 뿐인데 우리는 이렇게 고귀하게 평생 따뜻한 마음을 지니려 하는가.

커피를 꼴깍꼴깍 넘기며, ‘여전히 삶은 부끄럽지 않은가’ 고민을 했다.

“서로 영향을 받고 살아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사실 어떤 영향도 받고 싶지 않고 주고 싶지 않은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고 부끄럽고, 또 고민.

백림柏林에 가기 전 전 마지막 헌혈을 했다, 여든 세번째. 여전히 삶에 후회와 회한은 없고, 서울 관악구에서 바닷냄새가 나서 조금 울었다. 8월 어느 날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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