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 다혜

내 동생 다혜는 아주 인생이 꿀이다. 자신을 너무 잘 아는 다혜. 다혜는 먼 꿈을 쫓지 않는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산다. 웃음을 좋아하고, 따뜻한 바람을 좋아하지만 감성적인 낯을 덜 좋아해 이따금 감성 바다에 누워있는 나에게 핀잔을 주지만 때로 어떤 섬광을 내게 준다.

다혜 눈에는 세상이 경험이다. 매일을 새롭게, 뻔하고 더러운 것을 피하고 자신이 길을 깔고 나간다. 바닥이 얇더라도 계속 간다. 뒤에 올 사람과 앞에 간 사람보다 스스로의 바닥을 다지고 있는 그런 삶을 짓는다.

행복하길 바란다.

여보, 우리 고양이 기억하는가

여보, 우리 고양이 기억하는가. 당신이 어여뻐 하던 그 고양이가 오늘 당신 곁으로 떠났네. 털이 한주먹씩 빠져서는 물만 꼴딱꼴딱 삼키다가 어딘가 멀리 쳐다보고는 그대로 눈을 감더이다.

자네가 말했지, 고양이는 귀신을 본다고. 나는 그게 영화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소. 그런데 우리 고양이, 그녀석이 마지막으로 고개를 치켜든 곳에, 우리 다섯 식구가 둥그렇게 모여서 아웅다웅하는 사진이 있더이다. 녀석은 오른손으로 코를 한번 닦더니, 그 자리를 한 20분 빤히 쳐다보다가 잠을 잘때나 애교를 부릴 때 표정을 하고서 눈을 살포시 닫았지. 그리고 오랜 생각에 빠져 들었네. 꼬리를 동그랗게 계속 돌리다가 하늘로 닿고 싶은지 한번 세게 곧추 세우고서는 조용히 몸통을 감더이다. 우리 고양이는 그렇게 당신에게 갔소.

생각해보면 오래된 일이지. 우리 고양이는, 그 녀석은 알아서 우리집으로 뛰쳐 들어왔잖소. 고양이가 아니라 개나 쥐인 줄 알았다가 그렇게 오묘한 눈빛으로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제일 먼저 마주한 것은 장모였지. 장모는아이고 우리 서방이 죽어서 환생한 것 아니냐, 발에다가 뺨을 비비는 녀석을 훌쩍 들어 가슴팍에 안았지. 당신 품에 자네를 안고 형님 손을 잡고 오다가 놓친 장인어른 얼굴 못봤다며 혼례 때 눈물 짓던 내 얼굴 기억하고 한 말일까 며칠 밤을 고민했소. 그렇게 들인 녀석을 장모가 그리도 아꼈잖소. 우리도 못해본 병원 입원도 시키고, 뼈가 약해질까봐 영양제까지 끼니 때마다 먹였잖소.

그런데 이제 장모도 떠나고 자네도 떠나고 딸, 아들은 바깥으로 나가고서 이제 이 녀석마저 나가니 이제야 답답이 저문 듯 어두운 암막을 들추어 나를 찌르오.

보고싶네, 자네.

장모가 장인 잊으려고 고양이를 장인이라 했을까. 나에게는 임자 말고 고양이도 없어졌는데 더이상 무엇을 자네라고 부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