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갈까요, 서가를 돌까요

서점에 갈까요, 서가를 돌까요. 전과부터 낱말 풀이까지, 피천득부터 황석영까지 오래된 순서대로 울음을 울까요. 시대마다 살았던 나(들)이 어떻게 바람에 기댔는지 어디서 하늘을 한참 바라봤는지, 신을 고쳐 신는 척 하면서 둥그런 것을 만들어 씨앗처럼 몰래 뿌렸는지, 오래된 고궁을 보고 가슴을 때리거나 중구 정동에서 차로 된 벽을 밀고 당겼는지. 살아 마땅한 날은 없다며, 하루씩 쌓은 종이는 왜 이리도 무거운지, 그것이 기둥이 돼 책 숲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을, 왜 어른이 돼 쓸데없이 키스를 하다 알게 될까요. 입술에서 종이 자르는 냄새가 날까요. 키가 클 나이는 이제 먹을 수 없고 아빠한테서 할아버지 냄새가 나는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납골당 앞에는 부처가 가부좌 튼 교회가 세워졌어요. 나이 먹어 깃털이 빠진 비둘기가 십자 위에 앉았다가 석고상이 됐어요. 먼데서 풍경 소리가 들리고 귀를 기울이니 파도소리가 뒤섞였죠. 삶은 왜 이렇게 뒤범벅이 될까요. 아랫집에서는 왜 신음이 날까요. 흐느끼며 움직이는 어깨가 지진이 됐는데 왜 우리 집은 홍수가 났나요.

자서전을 봤어요, 당신(들)이 쓰다가 찢어서 버린 것을 주워다 바느질 했어요. 책받침처럼 넙덕하고 들 수 없이 무겁고 커다란 책.

바람이 그걸 넘겨주죠. 저는 그저 가만히 서서 바람의 속도로 그걸 쳐다보고 있어요. 갈대처럼 조용히 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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