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대로에 바람이 부네요

오래된, 아직 흔적이 있고 체온이 남은 이야기를 꺼내볼까요. 아니, 하지 말까요. 좋은 계절에 낙엽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당신 기다리는 조각들 덮고 기워 원래 있던 것처럼 눈물 또르르 내릴 시간이라 적을까요. 아니면 강남대로 가운데 서 있는 지금 이시간, 어떤 것도 후회한 적 없다고 크게 외쳐 볼까요.

사랑할 수 있게 생기지 않아서 미안했어요. 그런 핀잔에 마음 편하게, 시쳇말로 ‘쿨하게’ 넘길 채신머리 없어서 미안하고 미안하여요. 키가 크고 단단해서 품을 내어주거나 크게 안아줄만 하지 못해 미안하여요. 당신이 생각하던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이 당신이 생각하던 그런 사람이 아녀서.

윤중로에 벚꽃이 필 거예요, 오늘은 시월 십구일. 가을 바람을 봄이라 속은 벚나무들이 꽃잎을 내어줄 거예요. 흩날리는 녀석들을 한 움큼 쥐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미신을 믿을 거예요. 옆에서 갈대가 부스럭 거리면, 그것은 그냥 흔한 연날리기 소리나 마실 나온 가족이 우리 상황을 엿보는 키득거림이라고 짐작할 테여요.

그러면 당신을 볼 수 있을까요. 가짜 바람으로 진짜 가슴이 뛸까요. 길에 앉아 먼 산을 바라봤어요. 저기 붉게 불 붙고 있는 것은 단풍인가요, 아니면 진달래일까요.

강남대로에 바람이 부네요. 마음이 펄럭거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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