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들이 출국했습니다

지난 주말, 아들이 출국했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한 시간입니다. 차비하는데 한참이나 망설이던 녀석이 출국장에서는 자꾸만 뒤를 힐끔힐끔 보더군요. 나를 보는 게 아니었어요. 이 공기와 이 나라, 이 사람들, 이 감정을 오랫동안 보고 듣고 또 느끼지 못할 것이 아쉬웠는지, 의지와 중력이 반대로 자꾸만 움직이는지 어느 순간에는 뒷걸음질 하더군요. 한번도 그런 적 없던 아기가. 그리고 서로 손을 놨지요. 딱딱한 손톱 같던 손을.

사실 모든 순간이 행복은 아니었을 겁니다. 스물 몇 해 동안 담겼던 이 품,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들고 다니던 사람의 감정은 오롯이 제 것이겠지요. 우리 아들은 자궁이 없으니 엄마 마음을 다 모를테지만 그래도 이따금 작은 손으로 볼을 잡아당기고는 제풀에 혼자 울어버리던 모습은 다시 어릴 적 내 모습으로. 그리고 다시 엄마의 오래된 사진 속으로.

내가 이 땅에는 참으로 사기꾼이 많았습니다. 오래 전에는 천막 속에서 녹용 엑기스를 200만원에 사기도 하고, 또 안마기라며 옥이 든 매트를 100만원에 사기도. 그러다가 불법 다단계업체에 붙들려 30만원짜리 생활건강세트를 판매하면 2만원 수당 받아 수수료로 2000원씩 내는 생활도 했지요,  탈출 못해 3달 동안 발만 동동 거리면서.

그렇지만 젊은 날의 고민은 돈도 불편도 마음의 고난도 아니었지요. 그저 사랑, 말로만 들었던 사랑. 나도 할 수 있을까 우스운 궁리만 했던 마음.

순식간에 지나간 불꽃 말고, 내 첫사랑은 부른 배와 함께 시작됐지요. 오랜 시간 행복과 고민이 반복되던 하루들. 내가 잘 못먹으면 너한테 부족할까. 몇개월까지 일을 해도 되는지, 어떤걸 먹으면 안좋고 몸을 어떻게 추슬여야 하는지 모른 채 아들은 나에게 왔지요. 그저 빛나는 내 살, 내 숨 또 내 거울이 된 아가.

내가 무식해서, 잘 몰라서 맞는 말이 뭔진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아들과 함께한 모든 하루가 내 생의 기념일이었군요. 방귀를 뿡 하고 뀌던 날부터 앞으로 뒤로 엉덩이를 뒤집던 날이나 벽을 짚고 넘어지던 날, 서랍 손잡이가 지지대인 줄 알고 집다가 쿵 넘어진 날도.

멀어지는 아들을 보다가 온갖 생각이 다 났네요.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 언제 또 기념일을 만들 수 있을까.

없겠지요, 이제. 오늘부터 다른 기념일이 시작되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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