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미워하는 사람은 없다. 가깝지 않은 자가 있다. 남에게 해害가 되기 위해 행동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들은 굳이 뱉을 필요조차 없다, 자연스럽게도. 쉽게 쌓이는 오해와 말을 믿지 않는 사람, 불안 때문인지 인상 때문인지 정치를 사랑하는 이들은 웃음과 비수를 어디라도 뿌리고 다닌다.

바깥에는 눈이 온다. 지난 주말의 눈을 보지 못한 나라서 이 눈은 내게 첫눈이다. 누구도 이 눈에, 진눈깨비같은 눈으로 감흥에 젖지 않는다. 그 주말을 덮은 포근한 눈 때문이다. 소복했다 한다. 추웠지만 오히려 따뜻했다 하는 말이 많다. 공감하지 않으려 애쓴다. 겪지 않은 것을, 남의 감정을 받아 가슴에 쑥 집어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모두 행복했다’는 시시각각 순간에 피로 맺혔기 때문이다.

어떤 몇몇 인간적 막과 장이 우리를 들었다 땅바닥에 내치면서 단단해지고, 그쯤에서야 우리가 ‘사람 됐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나는 여전히 혹성탈출의 주인공인 대장 유원인 정도에 머물고 싶다. 오래된 본능과 원시의 공기 속에 맥을 맡길테다.

물이 돼야 한다. 우리 모두가 물이라면 이렇게 깨지고 쪼개지고 다시 뜯기고 늘어나는 상황은 없었을 테다. 끊기거나 이어 붙는 곳에 생기는 상처나 흔적도 없을 테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무릎처럼 유연한 듯 상처많은 구석도 필요 없다. 현인들의, 신이 아닌, 말은 대체로 들어 맞았다. 그게 1000년 전이든 지금 당장이든.

기회주의자가 종횡에 퍼진 거리에서, 거울을 들고 나를 봤다. 노랗거나 빨간 눈이 오래됐고,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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