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이 무겁다

이불이 무겁다. 땀이 난다. 잘때마다 갈아입는 반팔옷에 천천히 맺힌다. 바깥에서는 바람소리가 나고, 내방안에서는 선풍기 시간을 알리는 나사가 스프링을 따라 돌면서 소리를 내고 있다. 누군가는 ‘밥을 먹을 때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밥을 잠으로 바꾸고 싶다. 최신형 휴대폰은 밤과 새벽, 짙은 아침을 구분하지 않고 올리니까. 그놈의 ‘참으로 놀라운’ 초연결사회니까.

‘그놈의 암호화폐’ 시세는 쉽게도 알람을 울린다. 회사안팎의 이야기도 종을 때리고 그외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꾸러미는 풀 사이도 없다. 그 틈을 뚫고 우리는 행복을 찾고 사실을 보고, 아니면 거기에 압도 당한다. 거보아, 지금 이 몇 단어를 쓰는 사이에도 단체 이야기방에서는 4번 공지사항이 바뀌고 2명의 제보자가 사기꾼, 다르게 말하면 ‘반反 이해당사자’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추워서 경매에 돈을 달아둔 세계 중고시장의 차임벨도 울리고 개인 전자편지가 2통 도착하잖아.

복잡한 틈바구니, 잠자코 누워서 간단한 상상을 해본다. 농사를 짓고 싶다. 자식농사나 연애농사 말고 정말 흙을 만지는 농사. 농사를 하면 건강한 몸과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그래서 그것을, 예를 들어 고구마 농사로 한정해보자. 다시 머리가 아파온다. 태풍이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최고기온은 쉽게 기록을 갈아치운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그리고 황사. 유류는 농촌 특별공급이 있다 하더라도 종잣값과 인건비 그리고 세금. 어떤 쪽에서는 귀농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보지만 또다른 쪽의 ‘외지인’을 향한 시선, 그것에 대한 값은. 등이 조금 축축해진다. 이불의 무게 때문일지 출근의 무게 때문일지 아니면 짓지도 않은 고구마 농사에 대한 상상의 무게일지. 아니면 발제의 무게인가. 머리써서 되지 않는다고 열자가 기나라를 들어 말하지 않았던가. 그마저도 다시 머리 씀씀이다.

편한 게 없구나, 생각조차도. 그렇지만 내가 또 우리가 언제고 편한 삶을, 편한 길을 갔던가. 욕심의 값을 흥정하지 않은 하루가 있던가.

땀 때문에 이불 무게를 덜고자 뒤적거려서 다리에서 이불을 걷어냈다. 배와 가슴만 덥자 그나마 선선해지고 엉덩이가 젖지는 않는다. 그런 상태에 잠시 누워있다보니 다시 별 생각이 든다. 어차피 지금 땀에 젖지 않더라도, 그것은 땀이 나지 않는 게 아니라 땀 나는 속도와 마르는 속도가 평형을 이루기 때문 아닐까. 체온은 계속적인 것이니.

태어나서 떨어지기 시작한 체온이 지금 36도 언저리에 머무는 것일 뿐 우리는 언젠가 자연스러운 온도가 될 것이다. 끓고 있을 때, 땀이 계속 될 때 어떤 식으로라도 열심을 다해야 할까. 그게 나와 주변 모두에게 어떤 식으로 발현할까. 오래된 진지한 고민이다. 잠은 다시 쉽게 오지 않는다. 몸을 뒤집는다. 고개를 깊이 묻고 다시 나는 나에게 여러가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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