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총이 향하는 녘

늙은 배우와 젊은 감독이 꾸린 조화로운 시대극을 보고서, 어떤 날 영화관을 나서면 여전히 땅과 하늘은 춥다. 새들이 낮게 날며 오래된 공기가 따뜻하길 바라지만 청년과 노구에게 냉기만 남은 저녁에, 버스를 기다렸다.

요새 나는 노인이 된 듯 했다. 생각이 젊어서 팔순에도 뜀박질하는 노년의 청춘과 달리 고난과 사색이라고 변명 지은 회의감을 껴안고 있다. 어디서 시작된 조로인지, 부모의 얼굴에도 생기가 도는데 내 뺨만 갈라지고 있던 것이다. 변명의 여지란 없다.

열정은 가슴에서 불탄다는데 가슴의 위치를 찾지 못하다가 저기 낮게 나는 참새나 조롱이보다 못한 심장에 내가 어찌 이렇게라도 호흡을 부지하는지, 부끄럽게 숨을 몰아쉬다 보니 어느새 신호등이 바뀌었다. 총을 들고 자유의 땅을 달리던 남자에게서 그것을 뺏고 싶던 날. 바람이 불어와 뺨을 스쳤다. 서대문 방향이었다.

나는 어디로 고개를 향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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