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을 넘어 당산으로 가는 길, 매일같은 나의 이동. 가슴이 딱딱해지는 공간, 심장이 움츠러드는 답답한 강, 한탄부터 서해갑문까지 이어지는 물의 삶이 맺힌 흐름이 언제부터 얼었다. 살얼음이 떠서 멈춘 것처럼 떠 있다.
이 강에서 나는 1년 동안 참으로 많은 것들을 봤다. 경계를 넘어오는 북측 체육 선수들의 차를 바라보고 쫓았고 꽁꽁 얼어서 경색된 삶들이 계절대로 차례로 변하는 모습을, 또 보트를 타거나 불꽃이 피어나는 순간, 연인이었거나 연인이 될 뻔한 사람들이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는 유화 같은 풍경, 또 회사 선배나 마음이 깊어질 사람과 노을을 머리에 두고 자전거를 타던 일까지. 베를린(백림)에 두고 온 달리기의 시간과 고난의 눈물까지 역시.
시간을 담은 지류가 아래에서 위로 흐를 수 없듯이 이 고난의 시간은 숙세가 아닌 세초부터 쌓였을 터. 살얼음을 빛나게 한 저 윤은 언젠가 쪼개질 것이다, 해보다 단단한 얼음은 없으니.
덜컹거리는 2호선은 언제고 생의 감각을 선물해주고 있다. 내게는 저 얼음의 강을 냉정하게 더 짧게 보여주고 있다. 아첨꾼이 붙이고 호사가가 갈라놓았다고 생각했던 많은 찰나들은 겨우 한순간에 꿈속에서 무너지고 있다, 따뜻하고 강한 사람들의 바른 의지에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