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음, 어, 어느새 그래요

지금 어딘데요. 뭘 먹었나요. 저녁이 다가오니까 커피는 좀 그럴 것 같은데 어떤 차를 마셨나요.

두더지들은 어떻게 살까요. 우리가 낮이라고 부르는 시간에는 눈을 담담하게 감고서, 어두운 땅 속을 다니는 그들의 일상이 한번도 도망이 아니라 생각해본 적 없죠. 그게 어쩌면 편견인데도요.

윤전기 돌아가는 소리를 듣던 2012년, 소식은 종이에 기록된 것에 한정된다고 여겨본 적 없지만 그래도 어떤 이야기는 손에 온기가 될만큼 따뜻하다는 것, 그런 것들을 느꼈던 날이 있어서인지 2019년의 겨울도 끔찍하게 춥지는 않아요. 여전히 버틸 힘이 있는 것은 그 시절을 편향되지 않게 기억할 수 있다는 환상이 뒤섞였기에.

지금 어딘데요, 그래서. 지금 무얼 먹으면서, 표정은 어떤가요. 얼음 언 수영강과,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공릉천 사이에서 당신은 여전히 바람을 맞고 있나요. 불꽃을 피우고 있나요.

여기는 여전히 흐리고, 박하고, 어려워

여기는 여전히 흐리고, 박하고, 어려워.

내 눈이 흐린 줄 알았는데 사실 먼지 때문이었다. 바로 앞 골목 어귀에, 사람이 돌면서 물안개가 흐트러지듯이 흔적이 남은 게 환시幻視로 느껴졌다. 너는 없는데, 네 흔적이 있었다. 이른 오전의 소로小路였다.

영원한 것은 없다지만, 젊은 사람이 벌써 폐구閉口에 다가서는 것만큼 외로운 것도 없다지만 너들이 사라진 순간부터 나는 말을 아꼈다. 외로움도 아쉬움도 따뜻한 웃음까지 여전히 둥그런 골목의 곡선을 넘나들지 못하고 있다. 탁 던지면 퉁 하고 돌아오는 것처럼 말의 운동에, 나는 연이어 아팠고 기억했던 것이다.

말은 씨앗이라서 가까운 골목에서부터 씨앗을 내려 밭이 됐고, 능청스럽게 빨리 자란 언어의 산물들은 울창한 가림막이 됐다. 연남로3길 골목은 둥지가 됐다. 잘 다듬어져서 편안한 흐름이 아니더라도 온기 정도는 머물던 땅. 굳이 애를 쓰지 않아도 공기와 햇볕이 서로 껴안을 만 한 터, 거기에 지금 유령이 흐르고 있다.

삶은 너무 박해서, 온전한 이들을 제값으로 쳐주지 않았다. 마음은 매매가 안 돼서 월세나 전세만 전전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고는 울음을 처음 터트릴 때는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