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랑을 공청할 때

얕은 언덕에 박힌 가시는 시간을 질질 끌다 점점 가팔라졌다 우리가 허공에 흩뿌린 말들이 턱 어깨 가슴 아래로 쏟아질 때 질기디질겨서 찢기진 않더라도 뒤틀릴 수 있으리라 생각해온 관계는 비틀렸다. 서로 다른 시공에서 우리 낱말은 가루가 됐다 숨에 이의가 생기고 콧소리에 반론이 붙었다 지난주까지 나눌 수 있던 분모가 분해돼 해解 아닌 이異로 옮겨갈 때, 어차피 기각 못할 오염이 묻어 우리는 벽에 가로 막혔다

당신과 나는 피고도 원고도 되지 못해 이제 막대 뒤에서 껍데기같은 우리 모습을 훌쩍이며 몰래 보다가, 눈을 마주쳐도 반짝이는 흔적만 남겨서 이제 우리는 뒤뜰로 떠난다

우리 사랑을 공청할 때, 이 낮은 공기가 나뭇잎처럼 떨어진다 지금 이것은 말이 되는 소린가

궁금증에 목마른 너에게

이 시간은 낮은 하늘과 더 가라앉아 지나는 구름의 틈 사이로 쏜살같이 빠져나간다 우리는 빛보다 시간이 빠른 것을 알고, 먼 허공에서 네 눈빛이 살아있다는 감정 정도 깨우치지 못해 이렇게 노쇠한 우매에 치여 산다

하루씩 터지는 치자는 늦봄을 깨우는데, 사랑은 어디서 춘곤에 빠져있는가 사랑의 주변에서 꽃말만 쳐다 보면서, 낭만의 동네 연남에서 주말을 기각하며

바닷바람이 그리워 엄마 품이 그리워 아니, 사실 깜빡거리는 먼 바다 등대를 베란다에서 보던 그 분초가 그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