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면 됐다

굳이 애를 쓰면서 단어를 고치고 검색하는 동안에, 어떤 사람이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면을 깎는 날이 있더라도, 나는 쉽게 불평하지 않는다. 오래된 습관이다.

오래 전 내가 쉽게 왕따 당해버리던 청춘 시절, 등 뒤를 꼬집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치는 자기가 내 등을, 지금보다 풋 살이 많고 두꺼운 목덜미 아래를 세게 잡아 비틀면 내가 놀라거나 반격하거나, 아니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즐기려는 듯 했다. 아직 형법이나 소년법, 민사소송 따위에 서로가 모르던 시기의 어릴 때라 그랬을까. 그런데도 나는 어제나 오늘처럼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 초능력자나 감각이 둔한 소년의 몸도 아니었고, 그 치 손아귀 힘도 나쁘지 않았으니 그저 버틴다고 봐도 무관했을 몇 초 몇 분이 지나고, 괴롭히는 재미도 떨어졌는지 그 치는 다른 이에게 이동했다. 집에 와서 그제서야 본 등에는 멍이 있었으나, 그래도 굳이는 굳이.

어떤 사람은 내게 ‘좋은 일만 많이 겪은 것 같다’고도 했고, 다른 사람은 ‘많은 경험을 해온 삶이라 부럽다’고도 했다. 별의별 일은 많았고 삶에서 죽음까지 여행도 있었으며 사실상 감옥부터 세계여행까지. 어린 시절 고단의 수행부터 시공의 여행까지, 여러 개의 뿌리와 여러 개의 가지를 가졌던 나는 사실 잔가지를 치고 여기저기를 비우는 삶에 골몰하다 지금의 사람을 거울 속에서 발견했다.

잘 울고, 또 흔하게 운다. 눈물이 글썽이는 것은 예삿일이고, 동생의 잘못에 화를 내다가는 오히려 내가 펑펑 쏟기도 했다. 분노하기도 하고 답답해 속앓이로 가슴에 수석을 얹기도 하지만, 어떤 표시도 쉽게 표시를 내긴 싫고, 표시내지도 않는다. 그 정도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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