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시간 기다렸던 광경이 내게, 썩 기대해본 적 없는 시간이 깊이 머리를 묻을 때면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인지 기억할 수 있을까.
헤어진다는 것은 우리 삶에 변하지 않는 명제. 끊어지고야 말 운명. 상상하지 않아도 되는 당연한 아픔. 그리고 뻔한 기쁨, 당연한 고민, 가끔씩 해일처럼 덮을 윤달의 고독. 그것이 사랑. 그게 별리別離, 순리와 지연, 어떤 선택의 중간. 사실 엔트로피의 증가. 관계의 적분.
우리는 오히려 불확실성을 종교로 삼기로 했다. 하나에서 시작했으나 서로 다른 이름으로 꾸려진 불안의 공동체를 엮고 묶으니 쉬운 공식이 됐다.
집으로 가자, 결국 아름답게 석양 속으로 무너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