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

내가 구입한 이름표가 여러 개 있다. 이름은 내가 만든 혹은 우리의 것이라도 이름표에는 값이 붙는다. 도메인이나 서버, 아니면 상품이나 정신, 단체의 장長 자리. 누가 정신에 어떻게 값을 붙이냐고 말한다면 “사실이 그래” 쉽게 답한다. 종교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돈이 들고 위인을 기억하는 데도 결제가 필요한 시대인데 굳이 아닌 척 할 필요가 있나.

여러 단계를 지나 오늘의 각자가 됐겠으나, 나는 무척 욕심이 많을 때가 있었다. 그건 굳이 물욕에 국한되지 않았고, 정신적인 독점이나 고민의 산물에 대한 공유에 인색한 그런 류였다. 재판에 갈 때 법 공부를 해서 변호사를 대동하지 않겠다거나 상표권 등록을 할 때 변리사를 쓰지 않고 독학해 문서 작업을 끝장 내려는, 코딩과 영상 편집, 디자인 따위를 배워서 홈페이지를 가꾸려는, 이를테면 그런 것이었다. 수십개 도메인 소유, 기십개 고민 보유 그런 것이었다. 어느덧 2년 전의 거울이다.

하나씩 떼기 시작한 것은, 떼어 내 알몸이 돼야 겠다는 생각을 가진 때부터였다. 아니, 알몸이 되지 못하는 것을 알면서도 나신을 지향하겠다 마음 먹은 것은 완전히 새로운 삶에 들어가기 위한 연습이라 여겼다. 천성은 있다 생각하나 그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생기려던 탓이다. 사랑이었다.

오늘 또 하나의 이름표가 떨어졌다. 그 이름표를 주운 해외 유력기업은 이제 그 이름표를 되찾는데 이제 기백만원이 들도록 자본의 본드로 자신의 광고판에 붙였다. 그러나 전혀 아쉽거나 슬프지 아니했다. 이별도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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