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는 부채가 있다

엄마에게는 부채가 있다. 그건 사실 엄마에 대한 것만 응축된 게 아니다. 내 첫사랑인 외할머니와, 대전 현충원에 계신 그의 짝에 대한 죄송이 뒤섞인 감정이다.

대학생 시절, 용돈에 몇 푼 더한 아르바이트 삯을 더해 연애를 꾸려가던 때가 있었다. 집에 다녀가려면 4만원이 필요해서, 어쩌면 그것은 핑계를 삼아가면서 그 돈을 청춘에 썼다. 후회할 필요 없이 아름다운 내 생이지만 그 중 하나의 때는 굳이 삭제하고만 싶은 것이다.

학교를 마치고 곧바로 집으로 뛰어갈 것을 그랬다. 피곤이나 사랑을 핑계로 다음 차를 타지 말 걸 그랬다. 그 앞 차를 탔으면 외할아버지 가시는 길에 큰 절을 드릴 수 있을 것이었으나 굳이 그 차, 밤 10시20분쯤 고속버스에 몸을 올리느라 나는 힘이 없는 외할아버지 손만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온기는 여전했으나 스스로 쓰다듬어주지 못한 팔을 빼앗아 잡고 엄마가 그렇게 우는 모습을 뒤에서 허무하게 쳐다보다 자학했던 날에서 시간은 강산을 바꾸고 날아와 때때로 꿈 속에 앉았다.

내 고향 항구에는 노을이 긴 공원 아래 그때를 전후로 케이블카가 생겼고 그 위에서 바라본 종고산과 중앙동, 군자동 풍경 앞에서 내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것은 시작이야 어떻게 됐건 그들에 의해 발현되었던 것인 셈이 됐다.

당신의 말 마디는 여기 이 글과 내가 틔운 온갖 육하원칙에 곳곳에 꿋꿋이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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