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것과 내 것, 감정과 사실 사이

어떤 글을 짓기 위해 사실을 갈고 붙일 때 무척이나 오래 걸리는 경우가 있다. 내 것은 오롯이 내게 책임과 자유가 있다 하더라도 남의 것에 손을 댈 때는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최근 과학수사 교육에서 만난 K대 K교수는 그걸 ‘편집증’이라고 했다. 우리같이 글자를 모아 문단을 꾸리는 치 들에게 흔히 있는 증후라 했다. 나는 그걸 조금 꺾어서 증세症勢로 바꿔 불러 보기로 했다.

동료 중 하나는 ‘남의 일’에 슬퍼하지 않았다. ‘남의 죽음’도 안타까운 것일 뿐이거나 빨리 지나가야 하는 사건 중 하나라고 했다. 틀리지는 않은 말이었다. 일은 쏟아지고, 나는 취사선택 해야만 했다. 그것은 때로 어떤 집회에 귀를 대지 못하거나 어떤 아스팔트에 남은 흔적을 보지 못하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것을 무척 잘아는 이들 중 몇몇은 서울 영등포구로 눈길을 돌렸고, 때로는 멀고 먼 산귀퉁이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사실의 글’을 써서 밥을 벌어 먹었다는 선배 중 몇이나 농촌으로 들어가버렸다는 이야기를 바람 속에서 듣고는 했다.

오히려 감성적인 게 때로 나를 아프게 했다. 어떤 사람의 죽음은 ‘내 알 바 아니’지 못해서 이불을 붙잡고 눈물을 흘렸다. 회사에서 내게 빌려준 컴퓨터 타자기에 한숨이 못처럼 박혔다. 담배를 태우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나았다. 머리 위에 구름을 이고 다닐 게 아니면. 언제고 천둥이 치고 비가 흩날릴, 그런 여유를 가질 새가 아니라면.

그래도 써야겠어서, 남기고 박아야 하니까, 다시 몸을 일으키고 증세를 겪었다, 병의 이름표도 보지 못하고.

글은 여러 번 ‘보류’를 당한 끝에 무덤에 들어가기도 했으며 어떤 문장은 치열하게 다투고서 혓바닥 아래에 다시 잠식 시켰어야만 했지만, 또다른 어떤 바이트Byte를 빚다가 내 것은 무엇이 남았나 잠시나마 고민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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