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부서지는 속도, 악마가 애태우는 고장

1.
얕은 호숫물은 밑천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다. 땅은 물을 끌어당기면서, 수중 식물의 뿌리를 적시려 했으나 물도 제 뜻이 있는지 위치를 지키려 애썼다. 그건 중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떨어진 하늘도 끌어서 제 이불로 쓰고 싶던 정상도 한없이 가장 꼭대기가 될 수 없듯이, 게서 들리는 울음은 슬픔의 것만은 아녔다. 잃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은 사랑만은 아닐 테다.

고요의 오름에서 나는 조금 눈물을 흘렸다. 안개가 걷히자 좁은 길이 보였다. 허리를 숙여야 볼 수 있는 자잘한 봄들과 얼음꽃, 또 누가 밟았을 잡초나 고목의 뿌리 같은 것에서부터, 진한 깊은 그런 삶의 틈이 열렸다. 외로운 마음은 추위에, 두려워하는 걱정은 산새나 사슴의 서걱거림으로 대치한다 치더라도 이 감정은 물과 또 오롯이 나만의 것이니, 이 시각 이 때에.

2.
오래전 어떤 사람과 어색한 창가가 떠올랐다. 여전히 나는 시시콜콜한 결정이나, 정의나 평범마저 이런 곳에 적거나 떠드는 데 우려가 큰 사람, 기우에 잃은 사람이 많아지지만 이렇게밖에 살 수 없다고, 아직까지는.

어떤 욕도, 어떤 사랑도, 어떤 그리움도 또 어떤 봄이나 겨울도, 맞지 않는 옷에 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몇 개 말 밖에 없어서. 그렇구나, 힘을 내길 바라 또 감사해, 이런.

괜찮아, 악마가 애태우는 고장에도 빛이 흐르니까.

3.
정의正義같은 게 무엇인지, 몇 개 단어를 도려내 쓰다가 기치자記治者의 글을 보고 다시 풀칠했다. 도리道理(사람이 어떤 입장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와 우치愚癡(매우 어리석고 못남) 사이에 겨우 나를 뒀다.

겨우 할 수 있는 것은, 아차夜叉를 보고 적고 물으러 가자, 사회를 깨부수려고 하는 그 어떤 27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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