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유언

사그라질 때를 기다리며, 남을 것을 기억하지 말자. 지워진 뒤 따를 것은 이미 품에 없나니, 고민은 멋 부림의 다름 아니다. 미련에 천착 않겠다. 사는 동안 꽃 피우겠다. 없는 우연부터 만들어 가겠다. 지나칠 옷깃에 겨워 쉽게 울겠다. 향기나 악취에 멀겋게 있지 않을 것이고, 쓸데없는 아집이나 피로를 까닭 삼아 날을 세우지 않을 테다. 시간이 봄으로 구르는 동안, 적어도 놓지 않을 것을 허투루 곪게 하지 않겠다.

풍장風葬을 해다오. 비탈길에 뉘어 녹아 흐르며 바다를 안으면 참으로 좋겠네. 저녁엔 바뀐 바람길을 타고 고운 임들 계신 터로 가오리다. 문배주 없이 절도 않고 뉘엿뉘엿 갈빗대 아래 남겨둔 이야기를 하면 좋겠네.

선악 바깥에서 쉽게 구르다가, 나는 신의 놀이가 시시해졌다. 하지夏至가 오기 전 어느 날의 정오正午에 나는 고개를 자오선子午線을 따라 굴렸다. 잊고 싶던 것들이 놓고 싶지 않던 것들과 함께 쇠하여 갔다. 자연스러운, 한없이 그러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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