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닮아서 품는 게 아니라, 마음이 동그랗기 때문에 가슴을 연 게 아니라, 빗방울이 올 경향을 알아서 우산을 건넨 게 아니라, 잊히는 게 두려워서 우는 게 아니라, 바람에 눈이 시려서 고개를 돌린 게 아니라, 외로워서 입을 맞춘 게 아니라.
종소리를 듣고 싶어서, 나무 자라는 진동을 느끼고 싶어서, 한 꺼풀씩 덧신을 신어가면서 자라나는 것을 느끼고 싶어서, 내 뜻대로 껍질을 부수는 걸 알고 싶어서, 손끝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싶어서,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사라지는 순간을 쌓고 싶어서.
톺아보니 생이 물처럼 흐르고 있고, 사실 바다가 두려운 것은 이 삶에 반복이 없어서가 아니라 분초가 왜곡돼 속도를 더해가면서 멀어질까 봐. 다시 생각하면 유일한 걱정거리는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