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나가며, 윤일성과 김현철

회사 창립 10주년 행사로 나무를 심었다. 10년 만에 이만큼 자란 것의 반절을 함께 했고 지난 직장보다 길게 다니게 된 회사에서 비를 뚫고 묘목을 심고, 이름표를 달았다. 황덕현, 윤일성, 김현철.


가족 아닌 사람들의 이름을 묘목에 건 것은, 어떤 트라우마가 아닌 동행의 의미다. 각각 자신의 품으로 돌아간 사람들과 남겨진 생존자 사이엔 어떤 연결고리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저 잊지 못하는 특성으로 머리에 이고 가는 숙명인 거다. 망각은 축복이고, 퇴화는 집중이다.


환경과 개발 문제를 생각하던 윤은 더이상 숨을 쉬지 않고, 모든 소리를 두 손으로 섞어 만들던 김도 깊은 잠을 자고 있다. 비가 몰아치는 아침 ‘굳이 정하지 않아도 된다’던 명패 아래 몇 칸을 이들 이름으로 채운 것은 어쩌면 내 욕심, 그래도 내보는 것 나쁜 게 아니니까.


난 언제쯤 축복을 얻게 될까. 어떤 집중의 때를 맞이하게 될까. 객관식은 오답에도 편리하지만, 여전히 난 물어 따지는 주관식을 좋아했다. 생각을 멈추고, 나는 심호흡을 했다.


비가 여전히 오고 있고, 조경사들은 “땅을 밟지 말라. 지중과 대기 사이 공간을 터야 잘 살 수 있다”는 식의 조언을 했다. 난 그들에게, 그 말에 감사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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