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강이 바깥을 향해 무너지는 꿈을 기다리다가

상업시설이 자리한 군사분계선의 도시, 강과 바다 사이 마련된 만灣이 얼어 붙어있다. 옴작달싹 못하게 된 돗대와 그 위를 조심히 걸어보려는 호기로운 연인의 모습, 사진같은 순간, 어두운데도 빛이 내리지 않는 구석에서 어떤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머리에 칼날을 단 배, 쇄빙선이 들어와 이를 긁어내면 멈췄던 사진은 동화상動畫像이 될까. 아니면 여전히 멈춘 자리에 한계에 막힌 뱃그림자 하나 더하는 꼴이 될까. 비非 낙관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우울에 갇힌 계절, 구름의 모습 때문일까. 혹은 바라보는 방향을 정한 머리 탓일까. 알 길 없다, 이렇게 태어난 것일 뿐.

근近 과거, 어느 종합병원에선 뇌腦 검사 결과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줬다. 그끄저께는 고양이 알레르기로 피부가 부어올랐고, 어제는 눈꺼풀 위 아래로 다래끼가 구술같이 돋았으며, 오늘은 콧구멍에 농膿이 차서 항생제를 받았다. 고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는지 생각했으나 할 수 있는 생각의 끝을 톺아보니, 이렇게 타고 나서 몇 개는 강박과 함께 관까지 가져가야 한다는 바꿀 수 없는 사실에 있다. 생각보다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구나, 했다. 하나씩 잘라보면 어느 것도 감상적인데 이어보니 죽어가는 것, 거기서 얼마나 바뀌었을까. ‘자비롭지도, 공정하지도, 현명하지도 않은 신神은 신이 아니다’며 무신론에 귀의한 몇 철학자는 죽음의 끝에서야 불안감을 모아 절대자를 인정했으나 거기까지 가보지도 못한 비겁함이 있다.

무너지지 않는 꿈을 꾸었다. 가라앉지 않는 상상을 했다. 생각을 조금 옮기는 꿈이 이어졌으나, 끝은 결국 같았다. 전화벨이 울리거나 먼 데서 터짐소리가 하울링되어 쫓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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