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여섯 해

주말 오전, 밀렸던 박사과정 대학원 수업을 듣고 과제를 끄적이다가 불현듯 사월의 도래를 알았다. 벌써 찼구나, 여섯 해라는 시간이.

민영뉴스통신사와 손잡고 일하기로 한 것은 직업인으로서는 꽤 큰 도전이었다. 원래 함께 일하던 회사가 굴지 대기업으로 인수 소식이 업계를 떠돌았고, 결국 그에 준하는 곳에 인수되며 적지 않은 연봉 인상 또 금전적 이득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고 별리하는 것은 어쩌면 일견 무모한 도전이었으리라.

더욱 그렇게 생각되는 것은 이 회사 안에 자리를 잡고 일을 시작하던 몇 달 만에 벌어진 일 때문이다. 담당 부장은 모 대선 후보의 싱크탱크로, 선임은 일간지로 또 다른 선배는 또 다른 대선 후보 격 캠프로 떠나면서 그야말로 ‘청계천 오리알’이 됐다.

옮긴지 얼마 안돼서도 심리적 갈등이 계속됐다. 모 기자 추천으로 보게됐던 종합편성채널 최종 면접은 사달로 끝났다. ‘할 말 있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대학원 졸업까지 딱 1년만 병행하고 싶다’고 대답했고 당연히 그럴 여력 없었던 정치부장과 경영지원실장 입꼬리가 쭉 내려가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붙더라도 옮겼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말은 할 필요 없었다. 행동이면 됐을 거다.

두 번의 대선, 여러 번의 사건과 사고 또 행복했던 기억이나 차가운 분노 같은 것은 나를 어떻게 만들었을까. 엊그제 또 크게 혼나면서, 여전히 많이 부족한 나를 되뇌었다.

어떤 면은 닳았다. 배나 시야에 기름이 끼었다. 아직 솥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물 온도가 오르고 있던 것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 한겨레 L 기자나 조선일보 K 기자, 문화방송 W 기자 등의 젊은 시절을 보고 이 판에 끼길 바랐다. 나는 잘 보았던 것일까, 의구심도 커진다. 의심하는 게 배부른 소리일까

길게 쓰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언제나 무엇보다 부족한 게 시간, 피로의 해소력.

여전히 사랑하는 것은 사실이나 계단 맨 앞 끝자리. 부끄러워서, 지금 하나 바라는 것은 부끄러운 데를 함께 채울 의지의 익명 같은 거.

일단 살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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