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이편에서, 박자 느리게 쓰는 편지

의외다. 당신께서 생략한 주어를 모으니 내가 됐다. 보내셨던 것들을 모아 두텁게 되도록 해 삶 속에 마디었다.

가둔 것은 짐이 됐고 기운 것은 우리가 됐다. 마음이 무게를 더했다. 나누어도 갈라도 본치와 같다면 모두 안고 죽으러 갈게, 하는 말들은 어쩌면 그냥 그런 소리라고 여겨야 했다. 안 그러면 넘어지는 것도 너무 쉬워서.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게 너라면 그리워하지 않았을 걸, 우리라서 그렇지. 어제 울었던 시간과 그제 다퉜던 기억은 그렇게 많았던 탓으로 몰면서, 나는 거울을 뒤로 들고 있었네. 우리 사랑한 적 없잖아, 네 필요를 말했고 나는 불안을 품었고. 사납게 말한 걸 이해해 주어. 벌써 많은 걸 부쉈으니까.

그럼에도 잊히지 않는 게 있어. 왜 날 받았니. 바람이 너울로 불었니. 달이 뜨는 동안 막지 못했고, 한 달짜리 속앓이 아래로 부는 외풍이 종이 찢는 걸 그대로 뒀니.

그는 애끓어서 술을 마시면 내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번호를 거꾸로 외워서 나의 평행에 머무르는 사람과 삶을 엮었다. 우리는 본 적 없는 사람과 우호적이고 무의미한 대화를 했다. 이따금 웃었지만 자주 기침했다. 재채기 소리를 내면서 어깨를 들썩였다. 그뿐이었다. 그리워하지 않았다. 정말로, 그리워하지 않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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