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TheBlank 작성

욕심 없는 바람, 무리 없는 사랑, 얕지 않은 두터움

무작위에서 부작위不作爲까지

빛을 독점하자 땅을 독점하자 고집과 삶의 길을 독점하자 노을을 독점하고, 시간을 독점하자 나눠져서 끊어져있는 이 삶에서 저 삶을 미분해서 부등식에 넣자, 등호等號가 차려져 있지 않은 차림에서

이 표본집단에 당신은 없다, 아니면 모집단일까 크레바스 사이 깊이는 얼마나 될까 우리 공전은 주기를 맞출 수 있을까 오래된 신앙은 잡념이 됐고 성서는 갈등이 됐다 부등호不等式의 큰 쪽은 창의 날을 세웠다, 논리로는 피할 수 없이

부단히 가벼운 것은 마음의 바다 위로 떠올라서 가라앉지 않았다, 그럴 수 없기에 그것은 사랑이거나 자연스러움이거나 또는 외로움이었다 갠지스 위에 떠가는 등불을 바라보듯이 오래된 바다는 계속 새 마음결을 가능하게 했다, 내가 잡지 못하였으나

포유류는 숨이 필요해서 심해로 숨어든 돌고래도 입을 뻐끔 하늘에 가져다 대야 했으나 반대인 녀석도 있었다, 평생 심해바닥에서 수면에 떠있는 불빛을 외계인이라고 여기면서

요하다, 사랑

이력서를 두 장에서 한장으로 자르면서

빼고 싶은 것보다 빼야 할 것을 들어내야 해.

이를테면 고민같은 욕심보다 형편없는 쓰잘데기 같은 것.

사금도 금이지만 종이 위 역사는 어제도 있던 것이니.

그렇지만 떼어내기가 아예 쉬운 것이란 것은 없어.

그리하여서 삶에는 선택이 필요해, 복수응답 불가능한.

주관식 같지만 이건 객관식 전쟁 같아, 종종 때때로 자주.

만다꼬

우예 안되겠는교. 그기 어짜피 낸가 내 아인가 알지 모르겠넌데 소무이 발 없이고 막 달리가뿔고 그칸 거 아인가베. 그기 내사 맘대로 됐씸 따로 이캉 연락 했겠심까.

만다꼬, 그이 해봐야 되는 기가 안되고 안되는 기 즈 맘코롬 바뀌고 그칸 거 아인거 다 알지요. 아는데, 그래도 함 말이나 해보작꼬 이래 한거 아이요.

알아요, 알아. 그래가 내 억지는 아이라고 첨보텀 마랬찌요. 마, 오해는 마소.

나가요

아따 마 겁나 휘몰아 칩디다. 인자 저그 우로 날아오는게 구름인가 아니먼 어디서 온갖것이 모대껴서 치솟는지는 몰르것소만 암치 안케 바닷가에서 그것을 고로코롬 바라보고 있슴시롱 맴이 편하다 하것소.

언덕 넘으믄 행님네 마당이 있을 것인디, 거에는 분명 고추랑 도라지 끊어 논 놈 한바가지가 훌훌 널부러져 있을 거신디 진작에 고것이 사라져 부러도 그건 되아 부럿소.

근디 말이여, 인냐. 엄니 맘도 떠나불고 행님도 허바 갈길 가불믄 내 맴이 어찌된다 말인갑서. 고것이 거시기한다 해도, 암시랑도 안허다고 누가 그런다요. 언 놈이.

나가요. 아무리 저 파도가 몰리오고 하늘이 흔들거리도 잊지 못하고 놓지 못하는거이 있단 말이세. 그게 놈 말처럼 쉽당가. 사람이 거시기 해뿐디.

불현듯 시현한 네가 사랑일 때

내 삶에 새로운 세기가 있을까. 지구가 백 번이나 항성을 돌아야 새 날이 온다. 2100년 세초는 그렇게 온다. 실은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못한 채 세기말, 2000년을 보내고 난 뒤 ‘인간 따위가’ 만든 그레고리력을 멀리 던져 버렸다. ‘나이를 잊고 살자’거나 ‘어차피 꿈이 있다면 청춘’같은 ‘말의 말’ 말고, 각자 시선으로 시간이 부유해서 떠나가니까.

사람을 알아가는 것은 시간인가 방향일까, 아니면 촉발점일까. 안다는 것은 개척일까 아니면 적응일까, 둘다 틀린 것일까.

우리는 돌고 있나, 삶에서 서로를. 우리는 보고 있나, 먼 우주로 날아가는 서로라는 혜성을. 나는 시간이 물리가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논리적인 게 아니라 어그러진 두 개가 만난다면 이것저것이 붕괴하는 한계가 있을지라도. 나는 시간이 수학이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현듯 시현한 네가 사랑일 때 답은 복수 응답에 점수는 떨어지게 정해져 있겠지만 우리 해석은 여러 개일 테니까.

예닮이나, 지성이에게

예닮, 아니 지성아. 네가 세상에 나오기를 너무나 기다렸단다. 나는 이 시간을 20년쯤 참아왔지. 남 흉보는 것이나 몸, 마음에 나쁜 것을 참으면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던 것도, 때로 ‘어디에나 좋은 사람은 어느 곳에도 없다’는 핀잔을 들어오면서도 굳이 눈 감아도 좋을 위법, 이를테면 아무도 없는 새벽 3시 퇴근길 차 없는 이면도로 횡단보도 앞에서도 푸른 등을 기다리는 그런 날도 굳이 인도 앞에서 발등을 치면서 지켜온 탓은 오직 너를 기다려왔기 때문일테야.

엄마는 여전히 천방지축인데 우리는 이제 어떤 형태의 가족이 됐단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고 주변이 폭넓게 공유하고 있는 그런 사랑의 형상. 나와 엄마는 이제 새로 태어나게 된 것이니. 아니면 청년이라는 얇은 막을 깨고 이제 막 아브락사스를 향하고 있는 것이니.

삶은 유연하게 구부러지고 때때로 눈물처럼 꺾인단다. 물론 그것보다는 웃는 날이 많으나 우리 쉽게 떼어질 수 없게 됐으니, 예닮이나 지성아. 세상이 우리를 잡아먹기 전까지 함께 모험을 떠나는 것이야.

보물보다 보물이고, 사랑보다 사랑인 예닮이나, 지성아. 한발씩 같이 가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