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차 신神과 하루, 르포를 내며.

번호판이 노란 차는 택시가 유일한가 싶었는데, 그날따라 눈여겨 보니 물류장 속칭 ‘서브’와 ‘허브’에서 나오는 차는 번호판이 모두 노란색에 용도기호가 ‘배’였다. 몰랐을 때 보이지 않던 게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백수십의 ‘배’가 일순간 도로를 가득 메웠다. ‘배’차가 사회로 흘러 들었다.

나올 때는 같아도 도는 곳은 서로 달랐다. 겹칠 수 없었다. 철저한 지역할당과 담당자가 책임져야 하는 백업없는 ‘지역 마크’는 완벽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가능했다. 짐을 싣고 다시 무인택배함 사이즈와 택배 개수에 따라 분류, 집앞 배송을 원하는 물건을 다시 꺼내고 공간보다 큰 상자는 관리소장이나 경비원과 ‘정치’도 필요하다.

그날 ‘배’ 차 뒷문은 닫히지 않았다. 내가 본 차에 한정된 것인지 물었지만 그는 “거의 대부분이다”고 짧게 말했다. 수초를 단축시키면 수분이 되고 쌓이면 수시간이 될거다. 그렇게 만든 날로 그가 하고 싶던 게 있을까. 아니면 편의에 의해서였을까. 말 마디에 쌓인 어떤 그리움, 아쉬움, 그것들이 대답을 다시 짓게 만들었다. 차에는 한장 사진이 걸리지 않았지만 센 바람이 ‘배’차 유리에 걸린 그 마음을 밀어붙였다.

분초는 종합예술처럼 쌓였다. 등과 허리, 목과 머리에 다시 무릎에 정강이까지, 쓰이지 않는 근육이란 없었다. 626호로 배송된 물건은 사실 828호에 닿아야 할 상품, 잘못 쓴 주소까지 고쳐넣고 나면 그는 마치 작은 신神같았다. 이것은 서울이란 이랑을 걷는 신의 놀이라기 보다 신의 일상같은 업, 그에게는 주말도 없었다. “토요일 띄운 물건이 왜 오지 않았냐”며, 그는 일요일에는 신이라기 보다 부처같았다, 해탈과 평화를 품은.

아침은 6시쯤 시작하고 밤은 12시쯤 닫힌다. 그에게는 딸이 있었다. 신神은 딸을 그리워 했다. 그 딸의 사진은 그의 프로필 사진이었고, 아빠를 한참이나 좋아할 나이였다. 그 신은 사실 인간이었다. 보통의 삶을, 품안에 넣고 다니고 싶은 자녀를 가진, 저녁 식사를 오손도손 즐겁게 하고 싶은 보통의 사람.

겨우 하루, 신이자 인간이며 조정자이고 또 생의 운전자인 그를 짧은 시간 관찰했다. 이 글은 그에 대한 사실 단상이다.

링크 : http://news1.kr/articles/?3315013

네이버 뉴스 : http://bit.ly/takbe2018

#디의단상 #사건의사견

별 하나 ‘범죄도시’ 양태, 배우 김성규

처음 영화 ‘범죄도시’를 보러갔을 때부터 그를 주목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범죄도시는 요새 가장 ‘잘팔리는’ 청소년 관람불가, 즉 성인 영화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구성을 띈 영화는 아니다. 배우 마동석의 조금더 현란한 모습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그 부분을 채우는 대신 ‘마블리’와 ‘배달통’, ‘범죄와의 전쟁’의 노선을 이어가는 코믹 연기가 더해졌다는 게 못내 덜 반가웠고, 아이돌그룹 지오디(g.o.d) 멤버에서 이제는 ‘배우로 완벽해졌다’고 선언하는 듯한 모습은 100% 연기가 아닌 102% 연기로 약간 넘치는 듯한 느낌.

어차피 연예부 기자도 아니고, 별점 게시판에는 내가 주고 싶은 대로 별 두 개 반을 찍었다. 그러다 기회가 생겨 한번 더 봤고, 별 세 개 반으로 새 별을 하나 달았다. 그 별이 배우 진선규와, 지난주 만난 배우 김성규다.

그를 ‘인터뷰해야겠다’고 섭외한 것은 아니다. 연예부 A선배가 “오후에 인터뷰 있어서 배우 김성규가 회사에 온다”고 우리부서 B선배에게 귀띔을 했고, 그걸 덜컥 내가 한다고 잡은 것일 뿐이었다. 진선규인지 김성규인지, 이름조차 헷갈리는 상황에서 지난 기사들도 검색해보고 출연작도 뒤져봤지만 많은 이야기가 나오진 않았다.

사무실에서 인터뷰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0여 분 안팎. 그 안에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질문은, 경험상 3개 내외다. 3개를 모두 범죄도시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내 타입이 아니지.

가장 좋았던 인터뷰는 모든 작품과 최근 치 개별 인터뷰를 다 읽고 갔던 배우 유준상의 것. 그때처럼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것을 끄집어내고 싶었다. 마치 이제 데뷔한 유준상을 인터뷰하면 어떤 것들을 물을까 하는 느낌으로.

그렇게 준비한 질문 세 개, 그리고 생각보다 더 진지한 답변. 처음하는 영상 인터뷰라 어색하다 했지만 영화의 후반작업처럼 얼기를 잘 짜 내보내려 했던 인터뷰는 지난 10월 31일 내 손을 떠났다.

엊그제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김성규의 문자였다. 잘 봤다고, 고맙다고, 지켜봐 달라고. 나 또한 ‘이번만큼은’ 사심을 담아 200자가 넘는 답을 보냈다.

진지함은 때로 어떤 시기의 어떤 사람들에게 천시를 받곤 한다, 소위 ‘진지병’이라며. 하지만 생을, 사람을, 업을 진지하게 대하는 사람치고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를 나는 아직 본 적 없는 것 같다. 그게, 나 또한 재미없는 조각을 붙잡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오늘 그를 다시 검색해봤다. 차기작은 김은희 작가의 ‘킹덤’이란다. 가까이서 또 멀리서 인터뷰를 하게 될 날이, 올지 안 올지 아직 모른다. 또 내가 그때까지 기자를 할 수 있을지, 하지 않을지 못할지, 살아 있을지 사라질지 아무것도 모른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본 ‘배우 김성규’는 이미 하늘에 뜬 별, 희미하지만 분명히 덜 떠 있는 별은 아닌 높이 있는 별, 그런 그런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