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파도

삶이 지옥이라 불타는 계절은 언제나 그늘없이 시작됐다. 이건 신호였다. 여울을 지나며 가슴을 졸인 건 어차피 시간 머금은 틈이 나를 판단할 것이란 고정관념 때문이다. 난연의 바다에서 나는 어떤 이가 고까워하는 단어를 빚었다. 바람이 물었다, 부끄러운 게 무엇이냐고.

후회 남기지 않도록 껴안자고, 읊조림이 들려버렸나. 네가 온 나락의 시선 아니면 울부짖음의 공명이 뺨에 닿더니 그늘을 지었다. 자오를 향해 생이 돌더니 이내 병이 됐다. 채도가 빠지는구나.

나는 너와 닮지 않아서, 우리는 쓰는 손과 선호하는 여가도 감희한 순간도 달라서 좋았다. 나는 그런 차이를 사랑하는가, 하고 혼자만 떠올릴 뿐이야.

너의 여행기를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어. 마음 울렁거리네.

사랑이 시침을 따라 찢어질 때

사랑이 시침을 따라 찢어질 때 나는 그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알았던 사람인가 몰랐던 태態일까 지나가면서 바라보던, 건너편에 서 있던 모습이 내 고개와 반대 방향으로 갸우뚱 했다. 거울처럼 마주보고 있으니 그는 오히려 나와 같은 눈동자를 가졌다 생각했는데, 노을 지는 시분초에 따라서 달라지는 얼굴과 이마 근육의 움직임, 입술의 끝에 걸린 달과 별의 그림자 그 모든 것은 방향을 꺾어 외진 방향으로 갔다 차원이 달라지고 오르락 내리락 거리던 어두운 자락에서 당신은 내 반작용이 되어서

사랑이라 생각했던 사물이 빙평선氷平線 아래로 침몰하고, 마음을 온통 보여줬고 지난 사랑에 겁을 먹은 너는 뒷걸음질 해서

갔다, 뒷걸음질을 할 수 없는 토끼 같은 우리들은 깡충깡충

사랑이 시침에 따라 찢어질 때, 나는 얼굴을 봤다고 생각했으나 그건 신기루였다 실체와 분리돼 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