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멸汚衊의 창窓을 보다가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한다. 이미 사라진 것일까 싶어서 눈을 구겨서 긴장을 해보면 여전히 저 멀리 있는, 흔적처럼 굳은 사람의 마음.

벽에 난 구멍에는 누가 정하지 않은 방향으로도 쉽게 바람이 오가는데, 마음에 난 창으로는 왜 그을린 연기만 내 속을 업감연기業感緣起 하는가. 떠나지 않던가.

속이 쉽게 탄다.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곁에 그림자가 왔다가 사라졌다. 가까운 날의 일이다.

사람의 선을 믿으면서, 그걸 먹으면서 자랐는데 너무 쉽게 신실信實을 내어 비추고 있는가. 요새 간혹 거울을 보면서 울 때면, 오만방자한 이의 초상이 움직이고 있어서 고민이다.

없는 생각을 쓰고 그보다 짙게 지우개질을 한다. 여전히 창은 흐리지만 나는 멀리서 오는 소리에 귀기울인다. 우리는 어떻게든 삶을 사니까. 사랑을 하니까.

현관과 1층 사이에서, 안녕하세요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글 읽는 것을 정말 좋아하거나 저, 황덕현과 친하거나 혹은 우연히 어떤 검색어를 넣었다가 호기심에 검색해 본 사람, 마지막으로 유튜브의 링크를 통해 들어온 사람 중 하나일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방법이나 접촉점은 없고 이게 전부이니까요.

페이스북은 2010년, 인스타그램은 2013년께 시작해서 너르고 길게도 소셜 미디어를 운영했습니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가 시들해졌을 때도 계속했고,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인수한 뒤 연동이 가능해졌을 때도 이 두 소셜 미디어를 각자 운영해온 것은 일종의 서비스 실험이자 소셜 간의 성격 차이를 알고자 하는 호기심, 또 모든 연결에 대한 불안함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전혀 다른 장을 열어보고자 합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시킨 상태에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가. 뿌리, 친구맺기 기능 등이 있어서 서비스로 연결되는 관계 기반에서 떨어져 나와서 각 개인이 운영하는 ‘WebLog’가 어떻게 흥하거나, 아니면 망하고 고립되는가.

워드프레스닷컴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 블로그 역시 완전히 ‘탈 플랫폼’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기술적, 재정적 한계에서 최대치로 가져온 이곳에서 이를 펼쳐보려고 합니다.

물론 기본은 양질의 콘텐츠이겠지요. 글솜씨든 사진 실력이든 아니면 희귀한 영상이나 무엇이든지요. 앞으로는 조금더 편하게 사실이나 목격, 감정을 써보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디의 단상’으로 대표되는 은유와 감정기술법을 이용한 글쓰기, ‘대유의 대유’로 범벅된 글짓기도 일부 계속될테지만 말입니다.

유튜브는 별도로 운영할 테지만 가끔씩 필요한 영상이 있을 경우 ‘퍼오기’를 하겠지만 블로그를 유튜브에 소개하지 않는 것으로 블로그의 독립성을 유지하겠습니다.

글이 사라지고 책이 자살하고 또 ‘3줄 요약’이 대세가 된 시대에, 앞으로 이 공간의 생잔을 잘 지켜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말은 이렇게 뱉고서 다음주쯤 ‘소셜 미디어 금단 현상’으로 인스타그램에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만 일단의 제 각오가 그렇다는 것이에요. 어디서든, 행복하자고요.

질문아, 미안해. 그런데

질문은 서럽다. 사람의 혀에서 돋아 입으로 터지는, 생각의 고리들은 때로 누군가에게 비수가 되기도 한다. 부드러운 건 부드럽게 절제된 상황 속에서 이뤄지는 것일뿐, 교육되지 않고 방목된 궁금을 툭툭 허공에 날리는 게, 물론 자연스러운 것일지라도 반대편에 앉은 게 벽이 아니고 소나무가 아닐 때면 우린 끊임 없이 사람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질문을 향해 나아가자. 제대로 된 궁금으로 다가가자. 밀림과 암흑에서 바람불고 가시비雨가 내리더라도, 나도 아니고 그도 아니고 중간에 낀 질문이 힘들어 하더라도, 서러워 울먹거리며 그에게 가더라도 그렇게 필요한 곳을 찾아 송곳질하자, 못질하자, 우리.

그레고리와 개의 새 날, 날 기록 단상

노트 두 권을 새로 맞았다. 연말이면 사던 스타벅스 코리아의 다이어리를 올해는 사지 않았다. 사실 나눔, 작년까지 3년 연속 이어오던 ‘다이어리를 모아 NGO에 기부하던 프로젝트’도 멈췄다. 다이어리 사용이 주변에서도 현저히 줄어들었고, 나 역시 구글 캘린더 등 프로그램 활용이 는 탓도 있는데다 ‘다이어리 기부’에 대한 실효성 역시 고민됐다. 마지막으로 올 한해 스타벅스 등 다이어리를 주는 커피 프랜차이즈 등의 방문 횟수가 재화 저축을 목표로 얼어붙었기 때문에 올해부터 일정을 종이에 적지 않으려 했다.

나 같은 결심을 하는 사람이 는 탓인지, 업계에서도 내 생활과 맞는 제품을 내놔 결국 다시 종이 제품을 들였다. 얇은 일정 노트와 그래도 조금 두꺼운 종이 뭉치다.

스물 일곱 이후 만 5년 동안, 그 시작만큼 열정적이고 열심히 살았냐 자문하자면, 글쎄다. 꼭 무엇을 생산해야만 혹은 자랑할만한 성과를 얻어야만 열정과 마음을 다했다 자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다만 타성에 조금씩 젖은 건 아닌지, 개미지옥 깊은 곳을 향하듯 제자리만 머뭇거리며 맴돌기만 한 것은 아닌지 생각을 더 해보려 한다. 그것들을 차곡차곡 적어볼 요량이다.

행복이 가장 우선이라 ‘다시’ 생각하게 된 요즘, 30대의 첫 이정표를 내년 새로 세워보고자 한다.

오래된 것에 대하여, 이를테면 우르오스

나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물건과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천일야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질 거다. 새로운 물건, 사건,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 비해 실행 비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게을러서도, 조심 때문에 만도 아니다. 그저 오래토록 신뢰할 수 있는 물건을 처음부터 고르려 노력하기 때문인데 이를테면 운동화, 겨울에 입는 패딩 점퍼, 식당 같은 것이다.

이를테면 내 토요일을 소개해보자. 평소 일어나는 것보다 두어 시간 늦게 일어나 늦은 아침의 달리기를 한다, 보통 3km에서 5km. 짧은 달리기를 느긋하게 하고 얼른 짧은 샤워를 한다. 빨래를 돌린다. 1시간 55분, 세탁기에서 가장 짧은 모드를 선택한 뒤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분리한다. 뻣뻣하게 마른 빨래를 개고 냉장고 정리를 할 때쯤 빨래가 다되면 얼른 널고 모 참치 가게를 간다. 토요일 3시까지만 하는 회덮밥 점심 메뉴를 먹으러. 수면바지나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홍대 앞 한가운데를 거닐어 밥집에 도착하면 묻지도 않고 메뉴가 나온다. 그걸 먹고선 건너편 맥도날드에서 커피를 사 들고 집에 와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대학원이나 R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다 무한도전을 본다. 그렇게 하루가 가는 일주일의 여섯째 날. 52개의 토요일 중 40번 이상이 이랬다. 불편하지도 아쉽지도 않은 그런 주말. 반복은 오히려 선택을 줄여주는 필요충분에 속하게 됐다.

물론 뒤에 소개할 스킨로션도 그 중 하나다. 모 케이블 방송에 다니며 알게 된 우르오스는 처음 사은품으로 내게 왔다. 무척 작은 병에 든 스킨같은 제형은 사실 단순 스킨만은 아닌 ‘스킨로션’이라는 물건이었다. 기름기가 많아 점심 방송 녹화 전 세수를 다시 할 만큼 유분이 싫어하는 내게 좋은 대용이 된 그것은 그 회사를 퇴사할 때 (로드샵 할인이 가능한 범위 안에 들었기 때문에) 가장 많이 사서 쟁여놓은 물건이 됐다. 아직도 갸스비 왁스와 함께 서랍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부피가 부담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는가 하면, 사용에 대한 내 애정과는 다르게 쉽게 단종돼 버리는 물건도 여럿 있다. 로드샵에서 팔던 남성형 비비크림은 다른 라인업으로 대체되기도 하고, 다국적 회사의 스포츠 선크림 또한 1년 사이에 전혀 다른 제형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오래 되고자 하면 오히려 사용자가 더 노력해야 하는 것도 분명 존재하는 듯한 거다.

오래될 것들을 오래 전부터 알 수 없다. 그러나 오래될 것을 알아보는 눈은 언젠가 기를 수 있다 생각한다. 친구나 지인, 삶에 대한 목표나 습관 따위도 그럴 것이니까. 물건을 통해서, 삶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