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2년마다

회사는 2년마다 데이터 처리 및 저장 장치를 가져간다. 다시 내어준다. 처음 받은 것은 레노버에서 나온 씽크패드(Thinkpad) X250, 다음은 X280, 그리고 엊그제 X390을 받았다. 기계뿐만 아니라 물건 각 개에 정을 크게 붙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지만 그게 뜻대로만 되진 않고 그저 태엽을 감듯 뒤로 돌리면서 떠올리자면, 사실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서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는 것도 자제하지만, 터치패드는 강남역 진흥상가 화재 때 비닐이 벗겨졌고, 상판 콕 찍힌 자국은 홍콩 보안법 반대 시위 당시 왕자가(王子街)에서 상처를 입었다. 텔레그램 상 성착취물 공유 세태 ‘박사방’과 ‘n번방’ 취재를 했고,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관련해서도, 세월호 사건 당시 박근혜 정부 인사 1심 판결도, 강남 클럽 버닝썬과 관련한 취재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출장도, 비트코인을 위시한 블록체인의 변주 신일골드코인 사태도, 재야 원로 백기완 선생 와병도 이걸로 썼다. 기업에서 마이크를 잡은 것보다 이제 글을 쓰는 날이 많아진 삶에, 지난 7월에는 이게 운명殞命했다. 닳고 닳았나. 완벽한 게 없고 바위도 삭히고 나무도 녹이는 게 시간이라는데 나는 어느 방향으로 휘었나. 안에서는 내가 보이지 않아서 자꾸 거울을 보았다. 판단은 어려워서 대중에 내놓았다. 오히려 그게 편했다.

사람들은 즐겁다

귀로 들은 것을 믿어야 하는가 공식적인 자리의 발표를 신뢰해야 하는가 어디에도 진실이 없는데, 어떤 사람들은 때에 따라 말을 바꾸고 표정을 씻는다 근거가 없는 글은 소설이나 극이라는 이름이 붙고, 또다른 가끔의 글에는 ‘기자 출신 작가’같은 이름표가 달리는데 어느 주막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그가 그 길을 선택한 데 대한 부끄러움이 덧칠돼 있다 뚫어서, 모욕적인 단어가 머리에 부착된 채 조리돌림 당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인데다 굳이 생에서 그런 것을 감수해야 하느냐에 대한 의문의 말로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예의를 차리면서 눈치나 편의를 보자면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묻는 것 뿐이다 도태되는 게 다른 것이라면 다르겠으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아야 한다 이것은 나에게도 던지는 다짐이다 상냥해지기 쉽지 않은 환경에서 우리는 어떤 친절을 교환하려고 하는 것일까 하여서 결코 입에 꽂아본 적 없는 연초를 떠올렸다 그 갑에는 단테의 신곡 천국편이 담겨 있었으나 두란테도 지옥편에 정적을 쏟아 넣었다 결국 블랙홀같은 포털에 쏟아넣는 글씨 정도겠으나 그중에 정수精髓가 있으려나, 내가 아는 이들은 그렇게 고민했다

사람들은 즐겁다 어떤 말이든 쉽게 할 수 있어서, 외람된 것들을 구부렸다가 펴기도 했다 음모론은 쉬웠고 고민은 얕았다 어떤 욕심은 쉽게 자기 쪽을 답습했는데 남도 그렇다는 것을 처음부터 몰랐던 양 능청을 부렸다 사람들은 아직 즐거웠다 어떤 그래서는 안됐던 일과 ‘더 그래서는 안됐던 일’ 가운데서 차안대는 편리한 쾌락이었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은 가만히 있었다

혹시 꿈 속에서라도 가능하다 하더라도, 나는 신이 되고 싶지 않다고, 짧게 생각해 보았다 사실상 종교와 별개의 말이다 이 단락에 ‘사실상’을 가져다 대는 것은 태어나서 인지가 생기기 전 이미 나에게 종교가 부여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