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숙소의 밤은

이 숙소의 밤은 퍽 아름답다. ‘내 고향 여수 바다만 못하다’고 억지를 끼워 자랑하고 싶을만큼, 좋은 밤 불빛은 창을 가득 채운다. 그러나 저런, 유혹하는 네온과 오징어잡이 배의 집어등이 아닌 불이 오늘 우리와 모두를 미치게 만들었다.

꽤 좋은 버스를 타고 좋은 바다 마을을 왔다. 여름 휴가가 아니라도 정취있는 고장은 항상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그러나 이번 마음은 반대쪽으로 지침을 돌린다. 시외버스의 문이 열리자 탄내가 가득했다. 미세먼지 한점 없는 하늘에 불길의 흔적이 푸르게도 남았다.

어젯밤은 2시께까지 잠을 들지 못했다. ‘아무리 빠른 바람도 불이 시·도를 그렇게 넘을 수 있을까’ 겪어보지 못한 어린 사람은 한참 자료를 찾아보다가 2000년, 앞서서 1996년에도 비슷한 화마를 찾았다. 먼발치서 걱정을 하다 잠든 나는 아침 출근길 전화 한통에 결초보은의 고장을 걷고 묻고 적으며 하루를 보냈다. 무척 조심스러웠다, 진정 무척이나.

고속도로에서 만난 붉은 용사들의 행렬, 빗자루를 들고 옆집을 쓸어주는 아저씨, 목마를 테니 물이라도 더 마시라는 병원 직원에 지나가는 사람들 걱정에 여념 없는 목사까지.

오래전 삼풍이 무너진 날을 어렴풋이 기억한다. 방송에서 유난히 반복했던 것은 내 무의식 아니면 훗날 다시 접한 자료화면은 잔상처럼 흔들렸다. 그 언저리에 끝의 끝까지 남았던 것은 그 와중의 도둑, 사기꾼 그런 사람들.

수천 수만번 흔들리면서 나는 지금 나로 여기까지 왔다. 그렇지만 오늘의 사람은 그때와 달랐다.

자연은, 인간이 만든 기계에서 불이 났으나, ‘스스로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스스로 자라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슬픔이 크고 고통은 가시는데 오래될 것이다. 그러나, 섣부른 말이지만 사람들이 도시를 밝히고 있다. 이 도시는 아름답다.

우리는 삶을 조각보처럼

시간을 살뜰히 자른다. 가위는 내 것인데 종이는 남의 것인지, 종이가 내 것인데 너른 면이 ‘우리의 것’인지 알기 쉽지 않게 돌아가는 일상. 일과 삶을 자르려다가 몸을 도려내는 선배와 동료를 수년간 보다가 우리는 기형적인 한 몸과 괴이한 제도 안에 박제됐다.

인스타그램이라는 소셜 미디어는 결국 도피처가 되지 못했다. 분리된 무대는 오해의 소지만 됐고 “인스타그램 언팔로우했더라? 그래, 우리는 이제 친구가 아니야”는 해괴한 이야기, “당신의 어떤 ‘좋아요’에 실망했어요”라는 감시는 생애 한번 가보지 못한 피의자 조사를 연상하게 했다. 떠났던 터를 다시 밟게 된 것은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나서, 아이돌 빅뱅 전 멤버이자 클럽 ‘버닝썬’의 전 사외이사인 승리(본명 이승현)나 버닝썬 전 직원, 그 주변에 대한 취재 때문, 이외 뜻은 없었다. 급한 일은 끝났고 ‘이따위 것’은 필요도 소용도 없어졌으나 나는 여전히 삶의 그 조각에 있는 탓에 이렇게 흔적을 남긴다.

당신은 지금도 나를 짓고 있다

어떤 이는 유령이 돼서도 나에게 도움을 준다.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내 몸에 나이테가 있다면 오래된, 깊숙한 배엽에나 묻어있을 흔적은 이따금 내게 편두통을 줬다. 몸이 알아서 반응하고 그다음은 이명으로, 현시로 마무리된다.

삶의 속도는 때때로 퍽이나 다르다. 같은 한숨 사이에 민감한 공백이 여러개 버티고 있을 때, 거울같은 당신의 그림자가 내 편으로 등을 돌린다. 먼 곳, 긴 호흡으로 곡주曲走를 뛰는 너. 탄력있는 걸음을 나는 항상 부러워 했다.

겸손한, 한없이 예의바른, 내세우자면 핏줄부터 은행 계좌의 반점 개수까지 하나 부족함 없었지만 지하철 계단 앞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노신사의 트렁크를 함께 들어주던 당신이 어쩌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지금도 짓고 있다.

주식회사 사이즈서* 소속 USD*(유에스디*) 브랜드의 행각일지

로그인 후 맞춤법검사를 이용하시면 자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소재 USD*(유에스디*) 브랜드, 주식회사 사이즈서* 회사(대표자 박모씨, 사업자등록번호 2018-서울마포, 이하 생략)는 ‘다양한 브랜드와 아이템을 하나의 Episode(에피소드)로 묶어 한정된 기간동안 소개하는 게릴라 스토어’라는 신념으로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특별한 이야기로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제품의 소비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편집부도 따로 있는지 제품 판매를 위한 스토리텔링을 편집장이 직접 쓰고 있다.

이 업체는 당초 2월 23일께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사업 영위를 알렸고, 이후 이벤트 성격으로 지난해 발매돼 인기를 끌었던 운동화인 ‘호카 오네 오네'(Hoka one one) ‘토르 하이'(TOR HI) 검은색을 발매했다.

신발 수량과 발매 시기를 앞서 공지한 유모 브랜드는 3월6일, 이틀 뒤인 8일 토르 하이 발매를 공지했고, 8일 발매 직후 구매정보를 닫았다. 구매수량을 확인할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당초 1인 1개로 제한한 것이 중복구매, 허위구매 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업체는 재고수량을 토요일에 다시 판매하겠다고 공지했고, 앞서 구매신청 및 입금까지 이르렀던 구매예정자들은 재판매가 이뤄진 토요일까지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이후 업체 누리집(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제품 재고는 판매가 이뤄졌다.

한주가 지난 뒤, 업체는 고객들에게 문자를 보내왔다. 업체는 11일 오후 6시 40분경 ‘[Web발신] 안녕하세요? 유모 브랜드입니다. 고객님, 정말 죄송하지만 고객님의 무통장입금 주문건에 대해 취소 및 환불처리를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금일도 본사 CS팀에서 고객님들께 한분한분 전화드려 환불받으실 계좌번호를 안내받고 환불을 도와드렸지만, 금일의 업무시간이 다 하는 동안 모든 고객님들께 환불해드리지 못했습니다. 내일 반드시 전화드려 환불처리 도와드리겠으며, 혹 더 빠른 처리를 바라시면 Q&A 게시판에 환불받으실 계좌번호를 비밀글로 남겨주시면 환불처리 완료 후 전화드리겠습니다. 다시 한번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발전한 모습을 보이는 유모 브랜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유모 브랜드 드림’라고 고객들에게 통보했다.

문자에 응하지 않은 사람들은 전화를 받았다. 업체는 문자에 나온 내용만 반복해 말했고, 정확한 소비자 권리에 대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다. 토르 하이가 꼭 받고 싶었다기 보다 상황에 대한 배경설명 없이 빠른 환불만 고집했던 것이다.

이에 ‘상호간 문제 및 해결방안을 더 알아보자’고 대답한 뒤 당장의 환불을 미룬 고객들은 이후 약 10일 동안 업체로부터 어떤 연락도, 문자도 받지 못했다.

당사자가 10여 차례 이상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앞서 보낸 업체 CS(고객 서비스) 이메일에 대한 답장도 없었다.

당사 누리집 질답(QnA) 게시판에도 두 차례 글을 남겼으나 답변은 없었다. 이 질답에는 3월20일 이후 연락이 닿지 않으면 ‘사정당국 도움을 받고자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21일까지 연락이 닿지 않아 경찰서 사이버수사대 및 한국소비자원에 사건을 접수하려던 찰나 전화 연결이 됐으나 확인하겠다는 연락만 받았으며 입금한 돈 35만9000원에 대한 어떠한 연락도 받을 수 없었다.

21일 오후 늦게 한국소비자원 누리집(홈페이지)을 통해 피해구제를 신청한 상태이고, 오늘 내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범죄신고를 할 계획이다.

22일 오후 1시30분경 전날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연결된 소비자상담센터 관계자를 통해 문제 해결 예정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전날(21일) 서울 송파경찰서, 오늘(22일) 서초경찰서 신고를 준비하던 와중이다. 관계자는 ‘요청하신 상담번호 2019-0188174번에 대한 답변이 완료 되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소비자시민모임입니다. 본모임 상담센터는 소비자기본법 등 관련 법률 및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에 상담을 받고 합의권고 및 중재를 하고 있습니다. 행정적.사법적 권한이 없어 강제성이 없고 사업자에 대한 시정·제재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점 미리 양해부탁드립니다. 소비자와 1차 통화후(19.03.22 10:43) 업체와 통화하였습니다. (19.03.22 10:45) 업체에서는 소비자께서 계좌번호를 알려주시면 바로 송금을 해준다고 하였습니다. 해당 내용 소비자에게 전달하니.(19.03.22 10:50) 통화가 어려워 계좌번호는 조금후에 알려주신다고 하였습니다. 소비자에게 계좌번호 확인한후 업체담당자에게 전달(19.03.22 13:28)하니 환급 진행하겠다고 하였습니다.’라고 전해왔다.

22일 오후 1시38분, 아직 돈은 입금되지 아니하였다.

네가 없을 때

설거지 중 흘러내리는 소매가 뻔뻔하게 물을 머금어도 고무장갑을 뺄 수 없을 때. 야근있는 날 쓰레기 내놓을 것을 깜빡할 때. 혼자 먹기에는 많고 둘이 먹기에는 많은 요리를 시키고서 허겁지겁 입 안으로 그걸 밀어 넣을 때. 스스로 열린 문으로 먼지바람이 들어와도 온통 젖은 알몸으로 뛰어가 닫을 수 없을 때. 청소기를 쓸 때 무거운 짐을 홀로 들어 옮기고 닦고 쓸고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때. 쓰던 글이 엎어져서 아쉬움만 가득하거나 상을 받아서 행복할 때. 어떤 사람이나 사고의 추모식을 가서 혼자 무릎 사이에 머리를 집어넣을 때.

오멸汚衊의 창窓을 보다가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한다. 이미 사라진 것일까 싶어서 눈을 구겨서 긴장을 해보면 여전히 저 멀리 있는, 흔적처럼 굳은 사람의 마음.

벽에 난 구멍에는 누가 정하지 않은 방향으로도 쉽게 바람이 오가는데, 마음에 난 창으로는 왜 그을린 연기만 내 속을 업감연기業感緣起 하는가. 떠나지 않던가.

속이 쉽게 탄다. 말라서 바스락거리는 곁에 그림자가 왔다가 사라졌다. 가까운 날의 일이다.

사람의 선을 믿으면서, 그걸 먹으면서 자랐는데 너무 쉽게 신실信實을 내어 비추고 있는가. 요새 간혹 거울을 보면서 울 때면, 오만방자한 이의 초상이 움직이고 있어서 고민이다.

없는 생각을 쓰고 그보다 짙게 지우개질을 한다. 여전히 창은 흐리지만 나는 멀리서 오는 소리에 귀기울인다. 우리는 어떻게든 삶을 사니까. 사랑을 하니까.

그래도 인터뷰를 잘하고 싶어요

“인터뷰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 길을 가기 시작하면서, 이직을 제안하는 사람이나 ‘어떤 기자가 되고 싶냐’고 묻는 사람에게 항상 하는 말.

우리는 영영 속을 터놓을 수 없을 거예요. 왜냐면 내 이름 앞이나 뒤에 두 글자가 속박 되니까. 쓰고 싶은 가면은 여러 개, 비췄으면 하는 순간은 내가 결정하고 조절할 수만은 없으니까. 모든 동료가 친구가 될 수 없고 모든 너들과 마지막에는 섞일 수 없으니까.

그래도 인터뷰를 잘하고 싶어요. 사람에 대해서, 아주 오랫동안 서툴고 두려움을 느끼더라도요.

그래서 여전히 나는 촌스럽게 펜과 수첩을 들고 있지요. 자주 쓰진 않지만 언제나 주머니 한켠을 차지하고, 주머니 있는 옷만 고르고 가방도 항상 메고 다니지요. 물론 기억력의 쓰임도 그렇게 발달했겠지요.

텁텁한 글씨로, 박히지 못해 떠도는 공간에 콕콕 쑤셔 넣더라도, 그래도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쓰는 사람으로 살게 해주셔서,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서.